아이의 나쁜 버릇, 틱장애일지 모른다
눈을 지나치게 깜박이고, 코를 찡긋거리고, 말할 때 큼큼거리고, 자꾸 침을 뱉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아이의 나쁜 버릇.
하지 말라고 지적하고 잔소리해도 도통 나아질 기미가 없다. 혹시 이게 말로만 듣던 ‘틱’은 아닐까? 왜 내 아이에게 ‘틱’이 생겨난 것일까?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나타나는 반복 행동, 소리
‘틱(tic)’이란 갑작스럽고 빠르게, 어떤 움직임이나 소리를 반복적으로 나타내는 걸 말한다.
순간적으로 눈을 여러 차례 빠르게 깜박이는 것, 목과 어깨를 움츠리는 듯한 행동, 눈(안구) 굴리기, 습관적인 얼굴 찡그림 등과 같은 운동틱과 헛기침,
꿀꿀 소리(동물 소리), 고함지르기, 코로 킁킁 거리기, 코웃음 치기 등과 같은 음성틱이 있을 수 있다.
때로는 복잡한 얼굴 표정, 만지기, 냄새 맡기, 뛰기, 발 구르기, 욕설 내뱉기 등 그 양상이 매우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기도 한다.
권의정 원장(원주 좋은마음정신건강의학과)은 “틱장애(tic disorder)는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임이나 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보통 취학 연령 무렵 나타나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의 나쁜 버릇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운동틱이나 음성틱 중 한 가지가 1년 이상 지속되면 만성(지속성) 틱장애, 운동틱과 음성틱이 동시에 존재하면서 1년 이상 지속된다면 뚜렛장애(뚜렛증후군),
그리고 1년 이하의 틱 장애는 잠정적(일시적) 틱장애로 부릅니다.” 하고 설명한다.
지적하고 혼낼수록 틱 증상 악화될 수 있어
틱장애의 원인으로는 가족력, 뇌의 구조적 또는 기능적인 문제, 출산 과정에서의 뇌 손상 및 뇌의 염증, 스트레스에 민감한 성격 등이 꼽히고 있다.
초등 시기(만 6~12세)에 발병률이 높고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긴장 상태일 때, 스트레스 받았을 때, 좋아서 흥분했을 때 증상이 두드러진다.
사람들이 자신의 틱 증상을 이야기할 때 심해지기도 하고 또 모방 행동을 하면서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틱은 수면 중에도 발생할 수 있다.
권의정 원장(원주 좋은마음정신건강의학과)은 “틱 증상은 스트레스나 불안감, 긴장, 흥분, 피로가 많이 쌓였을 때 악화됩니다.
틱 증상이 나타날 경우 ‘하지 말라’고 다그치거나 혼내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틱 증상은 청소년 후기와 성인기에 거의 80% 이상이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되면 더 빠르게 개선이 되지요. 따라서 부모의 지나친 간섭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틱장애는 학교생활이나 대인관계에서 자존감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고 지적한다.
ADHD, 강박장애, 행동장애 등이 함께 올 수도
틱장애는 때로 다른 아동기 정신질환과 함께 진행될 수 있다. 틱장애 아동 중 40~60%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함께 경험한다.
반대로 ADHD를 겪고 있는 아동 중 약 7~34%가 틱장애를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틱장애와 강박장애(OCD)를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도 20~40%에 달한다. 충동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행동장애가 함께 나타나거나 학습장애, 우울증, 기타 불안장애가 동반될 수 있다.
“처음에는 운동틱 하나, 음성틱 하나였더라도 증상이 악화될 만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만성 틱장애나 뚜렛장애(뚜렛증후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ADHD나 행동장애 등을 동반하거나 틱장애가 1년 이상 장기화되고 틱 양상이 복합적으로 변할 경우 아이의 정상적인 발달을 방해하는 치명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전문가에 의한 정확한 진단과 꾸준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권의정 원장(원주 좋은마음정신건강의학과)의 당부이다.
틱장애 개선을 위한 치료와 양육 원칙은
틱장애는 조기 발견과 전문적인 치료, 적절한 양육법 등 3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아이의 이상 행동이나 음성이 심하게 나타나고 4주 이상 지속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평가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틱장애로 진단받게 되면 그에 맞는 약물 치료, 인지행동치료, 가족 교육 등이 함께 이루어진다. 가족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부모의 양육 태도가 틱장애 경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권의정 원장(원주 좋은정신건강의학과)은 “약물 치료는 틱 증상을 억제하는 데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일과성 틱장애라면 비약물 치료로 가능하지만, 증상이 심해 아이의 학교생활이나 친구 관계를 해친다면 약물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성 틱장애나 뚜렛장애는 약물 치료를 우선으로 합니다.” 하고 덧붙인다.
틱 증상이 나타날 때 가족들의 지나친 관여는 악화를 초래한다. 가장 기본적인 접근은 아이로 하여금 증상을 관찰하게 하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틱 증상이 증가하고 완화하는지 아이와 가족이 관찰한다. 이렇게 증상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 틱장애에 대한 두려움이 감소하고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행동 치료 중에 ‘습관 역전 훈련(Habit Reversal Training, HRT)’이라는 요법이 있다. 틱에 연관되지 않은 근육에 긴장을 가하여 틱 유발 근육과 경쟁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증상을 줄이는 요법이다.
가령 어깨를 들썩이는 틱을 보인다면, 틱 조짐이 보일 때 손을 무릎에 대고 지긋이 눌러본다. 이렇게 어깨 쪽 근육이 활성화되지 않도록, 즉 틱 증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도한다.
틱은 청소년기를 지나며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가족들은 치료에 조급해하기보다 여유를 갖고 아이를 지지해주는 것이 좋다.
도움말_ 원주 좋은마음정신건강의학과 권의정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