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반복되는 계절성 우울증
사진 : 원주 좋은마음정신건강의학과 권의정 대표원장
처음에는 그저 계절을 타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족들과 말도 섞기 귀찮고, 자꾸 잠만 자게 되고, 단것을 먹어도 허전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한 하루하루가 지속된다. 왜 겨울만 되면 유독 우울감에 빠지게 되는 것일까.
계절성 우울증, 겨울에 가장 많아
우리나라 국민의 5~10%는 일생 동안 한 번 이상 우울증을 겪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로 인해 우울증, 우울감이 더 깊숙이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었다.
이런 우울한 기분은 겨울에 더 심해진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국민의 약 15%가 겨울에 다소 기분이 우울해지는 것을 경험하고, 그들 중 2~3%는 계절성 우울증을 겪는다고 한다.
이렇게 특정 계절에 따라 혹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우울감이 생기고 증상이 악화되는 우울증을 ‘계절성 우울증(Seasonal affective disorder)’, ‘계절성 정동장애’라고 한다.
권의정 원장(원주 좋은마음정신건강의학과)은 “계절성 우울증은 특히 겨울에 가장 많이 나타납니다.
겨울은 다른 계절에 비해 햇빛의 양과 일조 시간이 적어져 우리 몸의 세로토닌(serotonin)과 멜라토닌(melatonin) 분비가 줄어듭니다.
이로 인해 생체 리듬이 깨지면서 무기력과 우울한 기분, 식욕 과다, 수면 과다, 체중 증가 등 우울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겨울에 심해지는 우울증을 ‘겨울철 우울증’이라고도 합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계절성 정동장애를 따로 진단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우울증의 한 형태로만 분류합니다.” 하고 말한다.
겨울철 우울증, 여성 환자 2배 더 많아
계절성 우울증의 특징은 계절 변화에 따라 증상의 악화와 호전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보통은 일조량의 변화가 있는 가을, 겨울에 ‘계절을 타는 듯’ 시작되어 일조량이 다시 늘어나는 봄, 여름에 자연스럽게 회복될 수 있다.
이런 계절성 우울증은 일조량 차이가 적은 적도 부근보다 위도가 높아 일조량의 차이가 많은 북구 유럽에서 가장 많이 보고되고 있다.
성별에 따라서도, 남성보다 호르몬 변화에 민감한 여성에게서 계절성 우울증이 2배 이상 더 많다.
권의정 원장(원주 좋은마음정신건강의학과)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계절성 우울증의 증상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두 우울증 모두 무기력하고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는데, 일반 우울증이 주로 식욕 저하, 불면증의 증상을 보이는 반면 계절성인 겨울철 우울증은 식욕 과다, 수면 과다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특히 탄수화물, 단것, 당분을 많이 찾는 등 비만이 되는 생활습관을 보일 수 있습니다.” 하고 설명한다.
실제로 겨울에는 활동량과 진대사량이 떨어져 체지방이 축적되기 쉽다. 겨울철 우울증을 앓는 경우 비만해지는 일이 종종 있다.
겨울철, 햇빛 보고 햇볕 쬐는 생활 필요
겨울철, 계절성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햇볕을 많이 쬐는 것이 필요하다. 일조량의 변화로 인한 감정 변화가 주된 원인인 만큼, 집 안의 커튼을 걷고 햇빛이 환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아침에 일어날 때 불빛을 켜서 방 안을 환하게 하는 것이 좋다. 햇볕이 따뜻한 낮 시간대를 골라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거나 가볍게 조깅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루 30분 이상 햇볕을 쬐면 체내에 비타민D가 생성되고 뇌 속의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운동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신진대사를 높이며 신체 활력을 찾아준다.
더불어 규칙적인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기상하며 고른 영양을 섭취한다. 비타민제를 복용하거나 충분한 수분 섭취, 반신욕이나 족욕 등으로 신진대사를 높인다.
블루베리, 체리, 사과 등 항산화 성분을 함유한, 당노가 있는 과일이 제격이다.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끼리라도 잔소리보다 서로의 기분을 배려하여 따뜻한 말 한 마디 더 건네도록 한다. 술, 담배, 약물 오용은 우울한 기분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계절성 우울증 치료를 위한 의학적 도움
이러한 기분 전환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겨울철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우울감이 심각하다면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본다.
계절성 우울증 치료에 있어서는 항우울제와 같은 약물 치료와 정신 치료가 적용되고 있다. 드물게 매일 일정한 기간 동안 강한 광선에 노출시키는 광선 요법도 사용한다.
권의정 원장(원주 좋은마음정신건강의학과)은 “특히 올 겨울은 코로나 대유행과 겹쳐 외출, 모임이 줄어드는 등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되어 우울감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신체 리듬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하루 일과를 규칙적으로 유지하고 나만의 ‘할 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이 어렵다면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지인들과 소통하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고 조언한다.
겨울철 계절성 우울증은 흔히 ‘가을을 탄다’, ‘봄을 탄다’ 등처럼 계절마다 찾아오는 일시적인 기분 저하로 폄하되기 쉽다.
자신도 모르는 새 우울 증상을 켜켜이 쌓아두기만 하면 어느 순간 우리의 평온한 일상과 정신이 우울증에 잠식되어 버릴 수 있다.
가까운 가족이든, 스스로든 우울증의 위험 신호를 감지한 순간 바로 도움을 구해야 한다.
도움말_ 원주 좋은마음정신건강의학과 권의정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