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원주 좋은마음정신건강의학과 권의정 대표원장
코로나블루에 이은 코로나앵그리, 심리방역 시대
코로나19의 유행은 우리에게 몇 가지 정신적 문제를 불러왔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자 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뉴스에 등장했다.
사소한 말다툼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예민해진 감정에 더해져 큰 갈등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비대면, 외출 자제로 인한 사회적 고립은 우리에게 무기력, 우울을 야기하는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를 가져왔다.
그리고 코로나 블루 증후군은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도움이 필요한 정도로 그 증상이 악화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불안과 우울, 분노로 이어져
“얼마 전부터 코로나 우울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와 함께 ‘코로나 레드’, ‘코로나 앵그리’란 신조어가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우울감이나 극심한 분노, 과잉반응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초기에는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한 감정이 있게 되죠. 그 감정이 지속되고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면 우울감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과 우울은 때로 통제되지 않는 분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 생기는 현상인거죠.” 권의정 원장(원주 좋은마음정신건강의학과)의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한 대학에서 전국 성인남녀 2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조사에 따르면 ‘
코로나19 관련 뉴스에 어떤 감정을 크게 느끼나’란 질문에 1위 불안 47.5%, 2위 분노 25.3%, 3위 공포 15.2%의 응답 순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1개월 전과 비교했을 때 분노는 2.2배, 공포는 2.81배 증가한 수치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인해 비대면, 외출 자제, 사회적 거리두기, 영업 제한 등 사회활동 및 경제적 활동이 제한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입을 모은다.
집단 피로도, 스트레스가 사회 전반에 걸쳐 팽배해졌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 블루, 코로나 앵그리의 이상 징후들
그렇다면 코로나 블루, 코로나 앵그리 등의 징후는 무엇일까? 우선 질병관리청에서 제시한 코로나 블루 자가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하루 중 대부분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된다 / 어떤 일에도 흥미나 즐거움이 뚜렷하게 저하된다 /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하거나 증가했다
불면증이나 과다 수면 증상이 나타난다 / 지나치게 초조한 기분이나 무기력한 감정을 느낀다 / 피로감과 활력 상실을 느낀다 / 죄책감과 무기치감을 느낀다
사고력이나 집중력 저하, 우유부단한 감정이 지속된다 /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이 반복적으로 든다 등 9가지 증상 중 5가지 이상 해당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코로나 블루, 코로나 앵그리 등은 아직 학문적으로 규명된 정확한 진단은 아니다.
그럼에도 일반적으로 참고가 될 만한 코로나 앵그리 혹은 코로나 레드 증상을 예로 들자면 다음과 같다.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잦다 / 불면증 / 습관적으로 불만을 토로한다 /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르는 일이 많다 / 목과 가슴 등이 답답하다
지나치게 폭식을 한다 / 방역 민폐나 혐오 대상이 많아졌다 / TV 뉴스를 시청하다 욕설을 내뱉는다 등이다. 이와 같은 증상이 있다면 코로나 앵그리, 코로나 레드는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다.
분노는 우울과 불안에서 악화될 수 있다
코로나 블루, 코로나 앵그리는 당연히 경제적 곤란, 고된 육아 등 어려운 상황이 맞물릴 경우 심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육아를 하더라도 이웃과 같이 대화도 하고, 아이들끼리 놀이터에서 놀게 하면서 보호자도 자투리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면
바이러스는 이러한 환경을 원천 봉쇄했다. 또한 많은 자영업자들은 1997년 외환위기(IMF 경제위기) 이상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에 마땅히 스트레스를 풀어낼 공간이나 대상마저 차단되어 있다. 친구도 맘대로 만날 수 없고, 운동이나 여가를 즐길 만한 환경도 마땅치 않다.
이러한 요인은 더욱 기분을 쳐지게 하고 분노 게이지를 높인다. 권의정 원장(원주 좋은마음정신건강의학과)은 “처음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현재의 상황, 자신의 현실 때문에 우울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우울과 불안 상태에서는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자기 주변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분노를 터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더러는 가정폭력이나 중독, 혹은 방역을 지키지 않는 무분별한 행동으로도 나타나지요. 이런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 하고 조언한다.
코로나 우울, 분노를 다스리는 심리 방역
따라서 코로나 블루와 코로나 앵그리 등에 대한 정신적 ‘심리 방역’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정신적 문제가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도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가족부터 배려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대상에게 더 세심한 관심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권의정 원장(원주 좋은마음정신건강의학과) “우선 내가 어떤 자극을 받아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 조절이 가능한지 점검해야 합니다.
스트레스에 따른 감정과 행동 조절이 어렵다면 그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들로부터 잠시 떨어져 있는 것이 좋습니다.
가령 코로나 관련 뉴스를 덜 시청하거나 잠들기 전 인터넷에서의 유해한 정보 검색으로 화를 돋우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지금의 힘든 감정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나 자신과 타인에게 해가 되는 정도라면, 더구나 그 행동이 지속적이라면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하고 말한다.
재택근무로 ‘집콕’ 생활이 길어진 만큼 의지를 갖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한다. 충분한 수면, 적당한 운동, 고른 영양 섭취는 필수이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람과 거리를 두는 것은 아니다. 신체적으로는 거리를 둬야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더 많이 교감해야 한다.
동료들과 자주 연락하며 자신의 힘든 마음을 서로 나누도록 한다. 부정적 감정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하려면 명상, 음악, 미술, 영화 등의 예술 활동이나 다양한 취미생활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