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원주 좋은마음정신건강의학과 권의정 대표원장
노인의 불면증, 혹시 우울증 탓은 아닐까
노화(老化)는 신체 건강의 퇴행뿐 아니라 정신 건강, 일상생활에도 여러 문제를 갖고 온다. ‘나이 들면 다 그렇지’ 했던 웬만한 증상들,
특히 오랜 불면증, 무기력과 고독감으로 인한 우울감, 잦은 실수로 시작되는 치매의 전조 증상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노부모님께 나타난 일상의 작은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불안과 우울, 노인 불면증을 부를 수 있다
불면증은 어르신들이 흔히 겪는 문제들이다. 우리나라의 만 65세 이상의 노인 3명 가운데 1명은 노인 불면증을 겪고 있다고 한다.
노화(老化)가 시작되면 호르몬의 변화와 생체 리듬이 변하면서 수면과 각성 패턴이 달라질 수 있다. 사회 활동이나 신체활동이 줄어들어 짧은 낮잠, 휴식 등을 취하게 되고,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에 비해 수면 효율이 80~85%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 자는 중에 깨거나 너무 일찍 깨는 일도 많아진다. 자연히 수면의 질이 저하된다.
권의정 원장(원주 좋은마음 정신건강의학과)은 “노인 분들은 정신적으로도 많이 쇠약해집니다. 나이가 들면서 배우자와 사별을 할 수도 있고, 사회적 관계 및 경제 활동이 끝나면서 왠지 모를 박탈감도 느끼지요.
투병 생활로 죽음을 생각하기도 하고, 자녀를 출가시킨 후 홀로 생활하며 고독과 인생무상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노년기의 변화는 불안이나 우울감을 불러오고 이로 인해 불면증을 겪을 수 있습니다.” 하고 설명했다.
또 각종 퇴행성 질환 및 만성 질환도 흔히 앓게 되는데, 질병으로 인한 통증, 복용하는 약물도 불면증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노인 불면증, 나이 탓 하며 방치해선 안 돼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는 것은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수면 문제를 방치하면 우울증이나 불안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반대로 불면증의 원인을 정확히 살피지 않고 무턱대고 수면제를 복용해도 여러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노년기에는 젊은 사람에 비해 약물로 인한 주간 졸음, 낙상 사고, 인지 장애, 섬망 등이 흔하게 발생할 수 있다.
지속적인 불면증은 때로 정신건강은 물론 신체적 건강 악화로도 이어진다. 면역이 떨어져 만성 질환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낙상과 같은 사고로 신체 손상이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노년기의 수면장애는 젊은 사람들보다 더 세밀한 전문가의 평가와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권의정 원장(원주 좋은마음 정신건강의학과)은 “자녀들이 노부모님의 수면 패턴을 잘 살펴보는 것뿐만 아니라, 불면증의 원인에 다른 이유는 없는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불면증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단순히 노화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스트레스 요인은 없는지, 불안장애, 우울증 등의 문제는 아닌지, 신체 통증이 불면증을 야기하는 건 아닌지 세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죠. 증상이 심하다면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하고 조언했다.
불면증 외에 우울 증상 여부 잘 판단해야
어르신들은 고민이나 불편한 것, 여러 문제들이 있어도 표현을 잘 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노년기 불안이나 우울증을 조기에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가족들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데, 불면증 외에 평소와 달라진 행동이 있는지, 어떤 상황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사회적 활동이나 대인관계에서 달라진 점은 없는지 눈여겨본다.
부모님의 불면증이 노화에 따른 수면 부족이 아닐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둔다.
권의정 원장(원주 좋은마음 정신건강의학과)은 “우울증은 대표적인 노년기 정신질환입니다. 만성적인 질환, 스트레스, 경제적 어려움, 배우자와의 사별, 가족 갈등, 자녀 독립에 따른 고독 등
노년기 삶의 변화는 우울과 불면증을 가져오죠. 의기소침, 무기력, 두통, 소화불량, 잦은 음주, 갑작스러운 감정 변화, 대인관계 기피, 죽음에 대한 고민 등 여러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보입니다.
우울증은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가급적 빠른 발견과 전문적인 대처가 중요합니다.” 하고 당부했다.
노인 우울 증세, 초기 치매와 유사할 수 있어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봐야 할 것은 노인 우울 증상이 초기 치매 증세와 비슷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노년기 우울증은 노인성 치매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인지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한 치매 초기에 우울증이 올 수도 있어 우울증과 치매의 관계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 치매 초기에는 노인 스스로도 기억과 집중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상적으로 했던 것을 못하게 되고, 가까운 사람이 자꾸 의심스럽거나, 했던 말을 자주 반복하고, 자주 오가던 길조차 헤매는 일을 겪는다. 그래서 자신의 처지를 느끼면서 우울증상이 생긴다.
또한 치매가 진행되면 수면 장애도 심해지는데, 치매 증상이 중증으로 갈수록 불면증에 대한 감수성도 사라진다. 낮과 밤의 구별도 못하고 그러다 보니 생체 리듬이 깨져 이상 행동이 증가한다.
중증 치매일 때도 적절한 수면은 이상 행동을 예방하는 데 필요한 요소이다.
권의정 원장(원주 좋은마음 정신건강의학과)은 “불면증을 포함한 우울증, 치매 등 노년기 정신건강 질환의 치료는 심도 깊은 상담과 면밀한 검사를 통해 전문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기본적 상담과 평가, 약물치료, 가족상담 등 순차적으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합니다. 불면증, 우울증은 치매에 비해 치료 반응이 매우 높고 효과적입니다.
1개월 이상 잠들기 어렵거나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 우울한 분들은 병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하고 덧붙였다. 불안장애, 우울증 등에 의해 불면증이 따라 왔다면,
항불안제, 항우울제 등의 약물 복용으로 불안, 우울증 같은 1차적 증상 해결과 함께 불면증이 개선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