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우울증과 사춘기는 다르다"
코로나19로 아이와 하루 종일 함께 지내다 보니 그간 모르던 자녀의 습관, 행동, 말투 등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평소 몰랐던 아이의 모습에 가슴을 쓸어내릴 때도 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자녀와 함께 상담 온 부모들 중 상당수는 사춘기를 보내는 자녀와의 갈등을 이야기한다. 유형도 제각각으로 부모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 방문을 잠그고 은둔형 외톨이처럼 꼼짝 않고 말도 안 섞는 경우, 탈선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고 말한다.
전문가는 청소년 자녀의 문제행동을 중2병이나 사춘기 행동으로 치부하다 악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정신건강의학 전문가와 자녀의 정서, 정신적 문제를 상담하고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증세는 아닌지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사춘기가 되면 자기중심적인 생각이 늘지만 다른 한편으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가정에서는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간섭은 싫지만, 관심을 받고 싶어 하고, 과시하려고 든다. 남자아이는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과 같은 남성 호르몬이 증가하여 공격성, 모험심, 충동성이 증가한다. 여자아이들은 좀 더 예민하고, 변덕이 심하며, 비밀스러워진다. 이런 사춘기의 특성은 매우 개별적이며 때로 다른 정신질환과 혼동하기 쉽다. 예를 들어 사소한 것에도 화를 내거나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일이 잦고, 어른을 무시하는 언행이 빈번하다면 반항장애나 품행장애일 수도 있다. 무기력, 침묵, 등교 거부 등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사춘기 증상보다 먼저 우울증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청소년기 우울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입시 경쟁이 과열된 사회 분위기도 아이들에게는 큰 스트레스다. 성적에 따른 차별 대우, 부모님의 책망, 만성 피로, 친구들과의 비교 심리 등 학업 스트레스는 어느 때보다 만만치 않다. 가정 내 불화, 경제적 어려움 등 환경적 영향도 청소년 우울증의 원인이다. 물론 부모가 우울증을 앓는 등 타고난 유전적 소인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원주 좋은마음정신건강의학과 권의정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청소년을 둔 부모는 아이가 평소보다 화나 짜증이 늘지는 않았는지, 식욕이 현저히 줄거나 잠을 설치지는 않는지, 비행을 일삼지는 않는지, 비관적인 표현을 하지는 않는지 살펴야 한다”면서 “경우에 따라 우울증은 두통이나 복통, 현기증, 어지러움 등 신체적으로 증상을 호소할 수도 있으니 조짐이 보인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자녀는 도움 받기를 거절하기 쉬운데, 아이가 치료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은 부모에게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부모도 자녀의 정신건강 문제로 도움 받는 것에 대해 마음을 여는 게 현명하다”고 전했다.
/유정인 기자(ryu@hell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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